선고기일이 변경됐는데 먼저 선고했다면? 대법원이 판결을 파기한 이유
법원 시공간관리과 ― 날짜는 바뀌었지만 판결문은 이미 출근했습니다
한 민사사건에서 선고기일이 변경됐고, 변경 사실도 당사자에게 정상적으로 통지됐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착오로 변경 전 날짜에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절차상 위법으로 보고 원심판결을 파기해 다시 적법하게 재판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판결 내용이 자동으로 반대가 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법원이 스스로 정한 절차와 날짜를 지키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판결문이 날짜보다 먼저 출근했습니다
범이
새 선고일이 1월 13일인데, 판결문은 왜 12월 16일에 먼저 나왔습니꺼?
웅녀
판결문이 일찍 나온 게 아니라 날짜보다 성실했던 모양이지. 달력보다 먼저 출근했잖아.
마르
웃기는 상황이지만 핵심은 분명합니다. 변경된 선고기일과 실제 선고일이 서로 어긋났습니다.
장면 1. 판결문의 자율출근
새 선고일은 1월 13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판결문은 12월 16일 아침, 아무도 없는 법정에 혼자 도착했습니다.
“판결문이 일찍 나온 것이 아닙니다. 날짜보다 성실했던 겁니다.”
장면 2. 시계 세 개
로비의 시계 세 개는 각각 1월 13일, 1월 13일, 12월 16일을 가리켰습니다.
범이
시간이 서로 다른데요?
웅녀
날짜까지 각자 개성을 가지면 당사자는 어느 시계를 믿어야 하지?
장면 3. 날짜 일치는 ‘미측정’
성과평가표에는 기일 변경 완료, 통지 완료, 선고 완료가 모두 100점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다만 날짜 일치는 미측정이었습니다.
“측정하지 않은 항목에서는 오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범이
시험지에서 모르는 문제를 안 읽으면 틀린 것도 아닌 겁니꺼?
웅녀
점수는 평화롭겠지만 현실은 안 평화롭지.
당사자의 달력보다 판결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장면 4. 당사자보다 먼저 출발한 다음 절차
당사자는 변경된 선고일인 1월 13일에 동그라미를 쳤습니다.
“이날 판결문을 확인하고, 다음 날 변호사와 상담하고, 그다음에 상고할지 정해야지.”
그런데 달력이 1월 13일에 도착하기도 전에 판결은 이미 선고돼 있었습니다.
범이
제 일정은 1월 13일에 맞춰 놨는데, 판결문은 왜 혼자 다른 시간표를 탑니꺼?
웅녀
변호사 상담, 서류 준비, 비용 마련까지 다시 짜야 하잖아.
범이
판결문은 자율출근이고 당사자는 지각 처리되는 깁니꺼?
대법원은 판결문을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장면 5. 대법원 반송
돌아온 판결문 상자에는 이런 반송 사유가 붙었습니다.
“정해진 날짜가 아닌 날 선고됨. 처리 방법: 적법한 절차로 다시 판단할 것.”
최종 보고서에는 선고기일 변경 완료, 통지 완료, 선고 완료라고 적혔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의 상담 일정, 상급심 준비 일정, 추가 시간과 비용은 평가표 밖에 남았습니다.
웅녀
절차를 다시 하면 된다고 말하기는 쉽지. 다시 하는 시간과 비용은 당사자가 감당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범이
날짜는 법원이 틀렸는데 왜 달력 다시 사는 사람은 당사잡니꺼?
마르의 법률 정리
민사판결은 당사자가 선고기일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 절차는 아닙니다.
그러나 법원이 고지한 선고일은 판결문을 확인하고, 변호사와 상담하고, 불복 여부를 검토하며 다음 절차를 준비하는 기준이 됩니다.
법원이 스스로 변경한 날짜가 아닌 날에 판결을 선고하면 당사자의 예측 가능성과 재판 절차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파기환송은 기존 판결을 깨고 다시 적법한 절차로 재판하도록 돌려보내는 것입니다. 판결 내용이 자동으로 반대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마르
절차는 판결을 포장하는 장식이 아닙니다. 당사자가 법원이 알려준 시간표를 믿고 다음 행동을 준비할 수 있게 하는 약속입니다.
잘못된 절차 때문에 재판을 다시 진행하면 변호사 상담, 서류 준비, 교통, 시간과 정신적 부담 등 추가 비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비용이 발생했는지는 주어진 자료만으로 확인되지 않지만, 그런 가능성까지 가볍게 볼 수는 없습니다.
판결 결과가 같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이유는 재판이 판결문 한 장만 만드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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