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배달은 정말 무료일까?
폭염 속 배달기사가 멈춰 선 이유
배달비 0원 뒤에 가려진 노동의 값과
위험에 처한 어르신에게 달려간 배달기사들의 이야기
소비자 화면에는 배달비가 0원으로 표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름값과 보험료, 오토바이 유지비, 배달기사의 노동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폭염 속에서 일하던 배달기사들은 위험에 처한 어르신을 발견하자 배달을 멈추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범이는 휴대전화에 뜬 글자를 한참 바라봤다.
범이
“웅녀야, 세상 참 좋아졌네. 오토바이는 물로 가고, 주유소는 자원봉사하고, 기사님은 햇빛 먹고 사는가 봐.”
웅녀
“햇빛은 먹는 게 아니라 지금 기사님을 잡아먹고 있거든.”
범이
“그럼 기사님은 광합성 하시는 거야? 월급 대신 이산화탄소 받으시나?”
마르
“광합성을 하려면 최소한 잎이 있어야 합니다.”
화면에서는 배달비가 사라졌지만 도로에서는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았다. 기름값도 있었고, 오토바이 유지비도 있었고, 뜨거운 아스팔트도 그대로였다.
다만 계산서가 소비자의 눈앞에서 잠시 숨었을 뿐이었다.
범이
“그럼 무료배달이 아니라 ‘비용이 어디 갔는지 나는 몰라요 배달’이네?”
마르
“비용이 없어진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부담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범이
“그 다른 사람이 저였다고요?”
마르
“…이제 아셨습니까.”
음식 온도는 보면서 사람 체온은 왜 안 볼까?
한여름 배달앱은 음식 걱정이 참 많다. 음식이 늦어질까 걱정하고, 식을까 걱정하고, 포장이 흔들릴까 걱정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음식을 들고 달리는 사람이 익어가는 것은 잘 묻지 않는다.
음식 상태: 따뜻하게 보관 중
기사 상태: 아스팔트 위에서 천천히 조리 중
웅녀
“음식 온도는 그렇게 꼼꼼하게 보면서 사람 체온은 왜 안 봐?”
범이
“기사님도 보온 가방 안에 들어가야 관심을 받으려나?”
웅녀
“그건 관심이 아니라 신고감이야.”
오토바이는 엔진이 뜨거워지면 경고등이라도 켜진다. 사람은 어지러워도 주문 알림부터 울린다.
음식이 5분 늦으면 “어디쯤 오셨나요?”라는 질문이 온다. 하지만 기사에게 “그늘에서 10분 쉬었다 오세요”라는 알림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범이
“아직 출발 안 했대. 내가 벌써 스무 번이나 새로고침했는데.”
웅녀
“너는 에어컨 앞에서 손가락만 움직이고도 벌써 지쳤냐?”
범이
“손가락도 근육입니더. 오늘 스무 번이나 눌렀어요.”
웅녀
“그거 운동 아니고 집착이야.”
배달앱에도 뜨지 않은 긴급 주문
그런데 지난 7월 15일 밤, 서울 구로구의 한 공원에서는 배달앱에도 뜨지 않은 긴급 주문이 생겼다.
70대 어르신을 폭행하고 휴대전화를 빼앗은 남성이 달아나자, 이를 목격한 배달기사 세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뒤쫓았다. 약 20분 동안 추격한 끝에 기사들은 피의자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주문번호: 없음
배달 주소: 바로 눈앞
요청 사항: 위험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도착 예정 시간: 지금
기사들은 음식 주문을 잠시 내려놓고 사람에게 달려갔다.
음식 배달은 조금 늦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늦지 않았다.
마르
“위험한 상황에서는 112에 신고하고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범인을 직접 뒤쫓거나 제압하는 행동을 누구에게나 권할 수는 없습니다.”
선행을 해야만 존중받을 수 있을까?
배달기사는 휴대전화 화면 위에서 움직이는 작은 오토바이 아이콘이 아니다. 누군가의 가족이고, 이웃이며, 자신의 노동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시민이다.
그렇다고 배달기사들이 사람을 구했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을 구하지 않은 평범한 날에도, 폭염 속에서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수행한 노동은 이미 존중받아야 한다.
영웅이 되기 전부터 존중받아야 할 노동자였다.
빠른 배달보다 사람의 안전을 먼저
범이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뭔데?”
마르
“빠른 배달보다 사람의 안전을 먼저 계산하는 겁니다.”
✔ 폭염 시간대에는 배달시간 압박을 줄여야 합니다.
✔ 배달기사와 이동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 위험한 날씨에는 추가 보상과 충분한 배달시간이 필요합니다.
✔ 소비자가 ‘조금 늦어도 괜찮습니다’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웅녀
“치킨은 조금 식으면 다시 데울 수 있어.”
범이
“사람도 다시 데우면 안 돼?”
웅녀
“사람은 식히고 쉬게 해야지! 너 자꾸 사람이랑 치킨이랑 헷갈리는데, 그거 되게 위험한 사고방식이야.”
범이
“…죄송합니더. 더워서 뇌도 반쯤 튀겨졌나 봅니더.”
무료배달을 말하기 전에
그 배달을 하는 사람부터 보아야 한다.
배달비는 0원이라고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땀과 노동까지
0원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사람의 높낮이는 없다.
모든 노동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것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사회의 시작이다.
폭염이나 폭우 때는 배달이 조금 늦어져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달기사들이 안전하게 쉴 수 있도록 어떤 대책이 가장 먼저 필요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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