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이의 수다

AI가 알려줬는데, 틀리면 누구 책임일까?

← 목록 ✍ 웅녀와범이 📅 2026년 08월 15일 👁 조회 4 ✏ 수정됨
나 원래 만능재주꾼이었나 봐

《범이의 수다》 나 원래 만능재주꾼이었나 봐

※ 이 글의 범이 상황극에는 현재 웨어러블 AI 기술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가까운 미래의 가상 기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범이가 새 AI 콘택트렌즈를 산 건 순전히 충동구매였다. 번역도 되고, 길도 알려주고, 모르는 물건을 보면 이름까지 알려준다는 말에 혹했을 뿐이다. 처음 며칠은 범이도 딱 그 정도로만 생각했다. 편한 도구 하나 생겼다, 그뿐이었다.

문제는 주변 반응이었다.

카페에서 외국인이 길을 물었을 때 렌즈가 통역을 도와주자, 옆에 있던 사람이 말했다.

외국어도 조금 하지

“외국어 되게 잘하시네요.”

범이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조금 하지.”

다음 날은 처음 보는 부품의 이름과 용도를 렌즈가 띄워줬다. 범이는 화면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설명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범이를 뭘 좀 아는 사람으로 봤다. 범이는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이런 건 보면 알아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범이의 속말도 조금씩 바뀌었다.

“AI 콘택트렌즈 꽤 편하네.”에서 시작해 “이걸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능력이지.”를 거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해 보니까 내가 원래 아는 게 많았네.”에 도착했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나 원래 만능재주꾼이었나 봐.”

웅녀는 이 변화를 처음부터 지켜봤다. 렌즈가 똑똑한 건지 범이가 이상해진 건지, 웅녀에게는 이미 답이 보였다.

통과했으니 허용된 것이다

범이의 자신감이 가장 크게 폭발한 곳은 시험장이었다. 휴대전화와 스마트워치 등 허용되지 않은 전자기기는 사용할 수 없는 자격시험이었다. 그런데 범이는 AI 콘택트렌즈를 낀 채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고 들어갔다.

시험장에서도 당당한 범이

범이는 이 사실 하나로 완결된 논리를 만들었다.

“금지된 거였으면 입구에서 잡았겠지.”

웅녀가 물었다. “안 걸린 거랑 허용된 거랑 같아?”

범이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통과시켰으니까 들어온 거잖아.”

통과했으니 허용
내가 검색한 건 아닌데
쓴 건 내 손
맞으면 내 능력

가상의 미래 상황에서 렌즈는 시험문제를 인식해 답을 띄워줬다. 범이는 자신이 검색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렌즈가 알아서 보여준 것뿐이라는 논리였다.

서술형 문제에서는 더 대담해졌다. 렌즈가 주장과 근거, 문장까지 정리해 보여주자 범이는 그대로 답안지에 옮겨 적었다.

“시험지는 쓴 사람 이름으로 내는 거지, 생각한 사람 이름으로 내는 게 아니잖아.”

웅녀가 되물었다. “그럼 책 보고 그대로 써도 네 손으로 썼으니까 네 실력이야?”

범이는 잠깐 생각하더니 답했다. “책은 들고 들어오면 걸리잖아.”

“또 검색대냐?”

범이의 논리는 처음으로 되돌아왔다. 본인만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도구일 뿐인데 벗을 수는 없다

계속되는 성공에 범이의 허세도 커졌다. 웅녀가 말했다. “결국 렌즈가 해주는 거잖아.”

범이는 곧바로 부정했다. “렌즈는 도구일 뿐이야. 중요한 건 사용하는 사람이지.”

“그럼 렌즈 없어도 할 수 있어?”

허세 때문에 물러날 수 없었던 범이는 자신 있게 답했다. “당연하지.”

렌즈 빼고 해봐

이 한마디로 범이는 스스로 퇴로를 막았다.

맞으면 내 능력, 틀리면 AI 탓

그러던 어느 날, 렌즈가 엉뚱한 정보를 내놓았다. 그동안 꽤 그럴듯한 답을 받아왔던 범이는 확인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자신 있게 알려줬다.

계속 맞았잖아

상대는 그 말을 믿고 엉뚱한 장소로 갔다가 한참을 돌아와야 했다.

돌아온 사람이 따졌다. “범이 씨가 그렇게 말했잖아요.”

그 순간 범이는 처음으로 AI와 거리를 두었다.

AI가 알려준 건데요

“그건 AI가 알려준 건데요?”

웅녀가 놓치지 않았다. “아까는 네 능력이라며?”

“맞는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은 내 거지.”

“틀린 정보를 활용한 능력은?”

범이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건 AI의 기술적 오류고.”

여기서 범이의 만능 논리가 완성됐다. 맞으면 내 실력, 틀리면 AI 책임.

AI가 정보를 찾아주면 활용 능력이고, 시험 답을 만들어주면 직접 쓴 답이며, 문제가 생기면 갑자기 기계의 판단이었다.

웅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 능력은 좋은 것만 골라서 네 거야?”

범이는 잠깐 생각했다. “능력에도 품질관리가 필요한 거지.”

웅녀는 더 묻지 않았다. 물어볼수록 새로운 논리가 생길 것 같았다.

그래서 네 능력이 정확히 뭔데

결국 웅녀가 렌즈를 벗어보라고 했다. 범이가 그동안 자랑했던 것들을 렌즈 없이 직접 해보라는 요구였다.

“아까 외국어도 한다며?”
“오늘은 한국어를 사랑하는 날이야.”

“길도 훤하다며?”
“내비게이션 산업을 보호해야지.”

웅녀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래서 네 능력이 정확히 뭔데?”

범이는 한참 생각했다.

“……좋은 AI 콘택트렌즈 고르는 능력?”

“그건 인정.”

웃고 나면 남는 질문

AI를 잘 활용하는 것도 분명 능력일 수 있다. 번역과 길 안내, 정보 확인처럼 사람을 돕는 기술은 앞으로 더 자연스럽게 일상에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AI가 잘했을 때는 내 실력이라고 하고, 틀렸을 때만 AI 책임이라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특히 AI가 내놓은 정보를 내 판단인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면, 확인하고 책임지는 일까지 기계에 넘길 수 있을까.

AI의 능력을 빌리는 것과
AI의 능력을 내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그 경계는 어디일까?

※ 이 콘텐츠는 AI의 도움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범이와 웅녀의 AI 콘택트렌즈 상황극은 가까운 미래를 가정한 풍자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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