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님이라면서요, 그런데 가격과 배차는 누가 정했죠?
배송대행 업무위탁 계약서, 그리고 서울고등법원이 실제로 들여다본 것들
이 글은 실제 판결문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판결문 인용과 사실관계는 실제 판결에 근거하며, 등장인물의 이름·일부 대사·상황과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해 재구성했습니다.
1. “이 정도면 나 사장 맞는 거 아닌가?”

민수는 헬멧을 벗고 오토바이 옆에 섰습니다. 휴대전화에는 방금 끝낸 주문의 정산금이 찍혀 있습니다.
오토바이도 자기 것. 기름값도 자기 부담. 월급날도 없습니다.
그 질문이 이 판결의 출발점입니다.
계약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배송대행 업무위탁 계약’. 겉모습만 보면 개인사업자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판단했습니다.
실제 판결문 속 원고는 2021년 5월부터 12월까지 한 배달 플랫폼 회사 지점에 소속돼 오토바이로 배달 업무를 했습니다. 이 글은 해고의 정당성이나 절차 문제가 아니라, 법원이 왜 근로자성을 인정했는지만 따라갑니다.
2. 겉으로 보면, 회사는 그냥 ‘중개업’ 아닐까?

법원도 이 부분을 처음부터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업의 겉모습만 보면 회사의 주장에도 근거가 있다고 봤습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법원은 계약서의 이름이나 사업의 겉모습보다, 실제로 일이 어떻게 돌아갔는지를 하나씩 들여다봤습니다.
3. 주문은 내가 골랐다. 그런데 그 목록은 누가 만들었을까?

민수의 휴대전화에 주문 목록이 떴습니다. 치킨집, 분식집, 카페. 민수는 화면을 내려보다 하나를 눌렀습니다.
이 사건 당시 라이더는 앱에 뜨는 주문 목록 가운데 하나를 골라 ‘주문 수락’을 눌러야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주문이 목록에 뜨는지, 배차 체계를 누가 만들고 운영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관리직은 단체대화방을 통해 배차 순서나 특정 가맹점 배차 요청 등을 전달했고, 배차 취소에는 페널티가 붙기도 했습니다. 관리자가 직접 배차를 취소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재판부가 본 것은 라이더가 버튼을 직접 눌렀다는 사실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주문이 목록에 뜨고, 그 배차 구조를 누가 설계하고 운영했는지도 함께 봤습니다.
리모컨을 쥐고 있다고 해서 방송 편성권까지 가진 것은 아닙니다.
4. 지금 일부 배차 방식은 무엇이 다를까?

현재 일부 플랫폼은 이 사건 당시와 다르게 운영되기도 합니다. 여러 주문 목록에서 직접 고르는 방식이 아니라, 플랫폼이 특정 주문 하나를 먼저 제시하고 라이더가 수락하거나 거절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어떤 주문을 누구에게 먼저 보여줄지를 플랫폼이 정한다면, 배차 과정에서 플랫폼의 영향력을 판단할 때 더 중요하게 볼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이 사건에서 법원이 실제로 판단한 사실관계는 아니며, 현재 방식이 곧바로 근로자성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5. 건당으로 받으면 전부 사업소득일까?

기본 배달료, 할증 배달료, 배차 취소 시 페널티, 라이더 수수료 등 정산의 핵심 항목은 회사가 정한 계산식에 따라 결정됐습니다. 라이더가 단가나 수수료를 스스로 바꾸는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배달업무가 건마다 투입 시간·노력·난이도·위험의 편차가 크지 않은,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에 가깝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건당 보수라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일정한 노동 단위에 붙는 정형화된 대가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배달요금이 주요 생계수단이었다는 사정도 함께 고려됐습니다.
결국 “건당으로 받으면 근로자다”도 아니고, “건당이니 사업자다”도 아닙니다. 법원은 누가 단가를 정했고, 그 보수가 실제로 노동 제공의 대가로 기능했는지를 함께 봤습니다.
6. 월급은 안 깎았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줄었다


묶음배달 상한은 정해진 시간 안에 얼마나 많은 배달을 수행하고 얼마를 벌 수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좌우했습니다. 회사는 관리자용 프로그램에서 라이더 그룹별 상한을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항소심은 이 기능을 단순한 시스템 설정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수입과 업무 수행에 영향을 주면서 지시 준수를 유도할 수 있는 관리·감독 수단으로 봤습니다.
7. 화면으로 어디까지 볼 수 있었을까?

관리자는 실시간 위치 정보 기반 화면으로 라이더의 이동 경로와 배달 건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체대화방에서는 배차 순서나 특정 가맹점 배차 요청 같은 지침이 전달됐고, 업무 가이드에는 픽업·배달 단계별 처리 요령도 담겨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런 시스템이 단순한 현황 파악을 넘어 배달 업무수행을 감독하는 수단으로 기능했다고 판단했습니다.
8. 앱을 끌 수 있으면 근무시간도 완전히 자유로운 걸까?

민수가 편의점에서 컵라면 뚜껑을 막 열었습니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법원도 라이더가 원하는 시간에 앱에 접속·종료할 수 있고, 휴식이나 주문 수락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외형상의 자유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배달 장소가 매번 달라진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재판부는 장소가 계속 바뀌는 것을 배달업무 자체의 특성으로 봤습니다. 실제 운영에서는 관리직이 출퇴근을 개별 확인하고 출근을 독려했으며, 휴식 중인 라이더에게 복귀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경고·면담, 묶음배달 상한 하향, 경우에 따라 계약 해지 같은 불이익이 뒤따를 수 있었고, 반대로 성실한 라이더에게는 레벨 승급이나 수수료 할인 같은 유인책이 주어졌습니다. 항소심은 직접 명령이 있었는지만이 아니라, 이런 제재와 유인책이 실제 근무시간 준수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도 함께 봤습니다.
9. 다른 플랫폼에서도 일했다면 근로자가 아닌 걸까?
판결문에는 다른 라이더들 가운데 일부가 다른 배달 플랫폼에서도 일한 사실이 나옵니다. 항소심은 다른 라이더들의 겸업 가능성과, 이 사건 원고 개인의 실제 근무형태를 구분해서 봤습니다.
다른 앱을 켤 수 있었다는 가능성과, 이 사건 원고가 실제로 어떻게 일했는지는 다른 문제였습니다.
10. 세금과 보험은 사업자처럼 처리됐는데?
세금·보험 처리만 보면 사업자에 가까워 보이는 요소도 있었습니다. 취업규칙을 적용받지 않았고, 근로소득세도 원천징수되지 않았으며, 사회보험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처리됐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런 형식이 근로관계의 실질을 그대로 보여주는지 따로 살펴야 한다고 봤습니다.
11. 결국 법원이 본 것은 ‘하나’가 아니었다

민수는 처음 봤던 정산 화면을 다시 바라봅니다.
법원도 원고가 정해진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는 전형적인 회사원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소정근로시간이 없었고, 관계에서 벗어나기도 비교적 쉬웠으며, 근무시간 밖에서는 겸업도 가능했습니다.
그런데도 근로자성을 인정한 이유는 앱에 접속해 실제로 일하는 동안 보수를 목적으로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으로 일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배달이라는 무대에서 직접 움직인 것은 라이더였습니다. 법원이 본 것은 그 무대의 대본과 연출까지 라이더가 정했는지였습니다.
다만 이 판결이 모든 배달라이더를 근로자로 만든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의 계약관계, 배차, 보수, 관리·감독, 전속성, 근무형태를 종합해서 이 사건 원고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입니다. 근무 형태가 다르면 다른 라이더의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가노트
저도 실제 배달 일을 하면서 앱의 시간 표시, 가게와 고객의 요구, 배차 상황이 한꺼번에 겹치는 압박을 경험했습니다. 다만 이 경험은 이 사건 원고의 근로자성을 판단한 법원의 근거가 아니라, 플랫폼 배달 현장을 이해하기 위한 개인적 경험입니다.

마르의 마지막 질문
이번 판결이 보여준 것은 계약서에 적힌 이름만이 아니었습니다. 앱을 켜고 실제로 일하는 동안 누가 가격을 정했고, 누가 배차의 틀을 만들었으며, 누가 업무방식을 관리하고 제재할 수 있었는지 법원은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살폈습니다.
— 서울고등법원 2026. 7. 3. 선고 2024나2037832 판결을 바탕으로
이 글은 실제 판결문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판결문 인용과 사실관계는 실제 판결에 근거하며, 등장인물의 이름·일부 대사·상황과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해 AI를 활용해 재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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