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이의 수다

의대 초과 선발 11명, 왜 내년 수험생 자리가 줄어들까?

← 목록 ✍ 웅녀와범이 📅 2026년 08월 02일 👁 조회 9 ✏ 수정됨

새벽 세 시, 의자는 미래에서 왔다

미래의자선회수단 — 존재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기관이 단 한 곳도 없는 조직의 기록

※ 실제 의과대학 초과 선발 사례에서 착안한 풍자입니다. 등장 기관·인물·인터뷰·대사·절차는 모두 허구이며, 실제 대학이나 관계자의 발언을 재현한 것이 아닙니다.

어느 의과대학의 2026학년도 의예과 모집인원은 102명이었다. 그런데 정시 미등록 충원합격 과정에서 합격자 등록 현황이 중복 집계되는 업무상 착오가 발생해, 실제로는 113명이 선발됐다.

학교는 이 사실을 스스로 확인해 교육당국에 신고했고, 지금까지 고의성이나 입시비리가 확인된 자료는 없다. 이미 입학한 11명의 자리는 그대로 유지됐다. 대신 2028학년도 의예과 모집인원은 11명 줄어들게 됐다. 현재는 2026년 8월이므로, 2028학년도 입시는 내년에 진행된다.

그 논의가 이어지던 어느 밤,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정부 조직도 어디에도 이름이 없고, 예산서 어느 항목에도 잡히지 않으며, 존재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기관이 단 한 곳도 없는 조직 — ‘미래의자선회수단’의 기록이다.

오전 3시. 도심 외곽 격납고의 셔터가 소리 없이 올라간다.

조끼 등판에 ‘미래의자선회수단’이라는 이름이 박힌 대원들이 열을 맞춰 선다. 이 조직의 창설 문서 제1조는 목적을 이렇게 적고 있다고 한다. “전국 고등교육기관 모집인원의 질서를 지키고, 그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지 않기 위함.” 단장의 브리핑은 짧고 정확하다.

“오늘 회수 대상은 11석입니다. 원인 제공자는 없습니다. 원인 제공자가 없다는 사실은, 회수 대상을 정하는 절차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인터뷰 · 단장

“저는 숫자로 판단하는 사람입니다. 감정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왜 새벽이냐고 많이들 물으시는데, 새벽에 하라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새벽에 하면 아무도 왜 하느냐고 묻지 않는다는 걸, 저희가 경험적으로 확인했을 뿐입니다. 학생은 진로를 바꿀 수 있지만, 엑셀 숫자는 빨갛게 뜨면 보기가 불편합니다.”

격납고 안쪽 벽에는 손잡이 없는 문이 하나 있다. 옆의 숫자판에 ‘2028’을 입력하면 문틈으로 흰 빛이 새어 나온다. 이 조직은 이 방식을 ‘선(先)조정 이동’이라 부른다. 출발 전 대원들은 서식 세 종을 작성한다. 이동목적확인서, 대상연도확인서, 그리고 서약서 한 장이다.

인터뷰 · 현장대원

“서약서에는 ‘이번 이동으로 2026년의 책임 소재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고 적혀 있습니다. 저도 매번 서명은 하는데, 사실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아직도 잘 모릅니다. 다만 서명을 안 하면 문이 안 열립니다.”

문 너머 2028년 강의실은 아직 아무도 앉아본 적 없는 새 의자 102개로 채워져 있다. 대원들은 그중 11개를 골라 일련번호를 확인하고, 회수완료 스티커를 붙인다.

인터뷰 · 현장대원

“일련번호 대조는 반드시 합니다. 다른 줄 의자를 잘못 회수하면 그건 저희 실수가 되니까요. 이름표가 없어서 누가 앉을 자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번호만큼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습니다.”

작업은 18분 만에 끝난다.

인터뷰 · 성과관리팀

“민원 접수 0건, 3년 연속입니다. 저희는 민원이 없으면 만족도 100퍼센트로 집계합니다. 2028학년도 지원자는 아직 이 사실을 알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민원을 낼 수가 없거든요. 억울함은 숫자로 입력할 수 없어서, 일단 기타 의견으로 분류해 두었습니다.”

같은 날, 포장팀은 상자 하나를 준비한다. 송장 수신인란에는 “2028학년도 의예과 지원자 귀하”라고 적히고, 상자 안에는 ‘책임’이라고 적힌 표찰 하나뿐이다.

인터뷰 · 배송담당

“책임 배송도 저희는 일반 택배와 똑같이 처리합니다. 반송 사유는 정해진 항목 중에서만 고를 수 있습니다. 주소 불명, 수취 거부, 폐업… 이런 건 있는데, ‘얘가 왜 이걸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음’ 같은 사유는 목록에 없어서요. 수령인이 아직 없더라도, 문 앞에 두면 배송 완료입니다.”

격납고 안쪽, 먼지 쌓인 기계 한 대.

이름은 ‘착오취소기’다. 표면의 동판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민법 제109조

중요한 착오로 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다만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제한될 수 있다.

※ 이번 사건에 민법 제109조가 직접 적용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동판 아래에는 누군가 유성펜으로 이렇게 덧붙여 놓았다. “단, 본 기계는 수신인 쪽에서만 작동함.”

인터뷰 · 정비담당

“고장 아니냐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고장이 아니라 설계가 원래 이렇습니다. 저는 이게 정상 작동이라고 믿습니다. 수신인 쪽으로만 팔이 나가게 만들어졌고요, 발신인 쪽으로 작동하는 착오취소기는 아직 개발 계획이 없습니다.”

같은 시각, 본부 회의실에서는 다음 학년도 대비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는 외부 자문인 ‘정원관리 컨설턴트’가 참석한다.

인터뷰 · 정원관리 컨설턴트

“11개만 빼신 거죠? 그런데 혹시 모릅니다. 예비 의자 3개도 미리 접어 두시길 권해 드립니다. 요즘은 선행 감축이 대세입니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 빼는 것보다, 터지기 전에 미리 빼 두는 쪽이 보고서 쓰기도 훨씬 깔끔합니다.”

회의를 마친 대원들은 구내식당 옆 ‘책임처리 창구’에 들른다. 벽에 걸린 메뉴판은 다섯 줄이다.

책임처리 메뉴판

① 모집인원 감축 세트 — 즉시 처리, 대상: 차년도 지원자

② 특별감사 정식 — 처리기간 6개월 이상

③ 책임자 문책 곱빼기 — 결재 라인 다수 필요

④ 입학관리 시스템 보완 반찬 — 예산 심의 필요

⑤ 재정 페널티 곁들임 — 소송 리스크 있음

인터뷰 · 창구직원

“다섯 개 다 팔고는 있습니다. 저는 항상 제일 쉬운 걸 권해 드립니다. 5년째 2번부터 5번까지는 주문이 들어온 적이 없지만, 메뉴판에서 빼지는 않습니다. 다섯 개가 다 있어야 ‘선택지는 드렸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대안은 다섯 개지만, 첫 번째 메뉴가 제일 빨리 나옵니다.”

본부 로비, 의자 11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책임자 좌석 정원: 11명
현재 참석자: 0명
초과 인원: 없음
인터뷰 · 단장

“저 의자들이 계속 비어 있는 게 문제 아니냐는 질문도 받습니다. 문제없습니다. 자리는 마련돼 있으니까요. 앉으실 분이 아직 안 오셨을 뿐입니다.”

오늘 작전을 요약한 최종 보고서의 마지막 줄은 이렇게 끝난다.

정원은 완벽하게 지켜졌다.

의자 열한 개를 빼야 한다면,
왜 내년에 지원할 학생의 자리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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