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볕이 좋았다. 범이는 평상에 늘어져 있었고, 웅녀는 마늘 배지를 만지작거리며 옆에 앉아 있었다.
"웅녀야, 옛날이야기 하나 해줄겨?"
"뭔 얘기."
"황금알 낳는 거위 얘기 있잖여. 하루에 하나씩 낳아준다는 거."
"알지. 근데 그 주인이 배 갈랐다가 다 망한 얘기잖아."
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에 하나씩이면 됐지 뭘 그랬댜."
"사람 마음이 또 그런가 보지. 하나 가지면 둘 갖고 싶고."
"그려도 거위 배까지 가르면 쓰겄어."
말은 그렇게 해놓고, 범이는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웅녀가 슬쩍 넘겨다봤다.
"뭘 그렇게 봐."
"이거 봐봐. '매달 고수익 보장', '누구나 쉽게 돈 벌기', '오늘이 마지막 기회'."
"광고네."
"근디 이 사람 되게 전문가처럼 생겼는디? '금융 전문가가 직접 추천'이래."
범이는 화면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중얼거렸다.
"이상하네. 하루에 하나씩이면 되는 거 아녀? 근디 왜 다들 한꺼번에 많이 준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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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범이는 다른 광고를 발견했다.
"웅녀야, 이번엔 건강 얘기여. '이거 하나만 먹으면 병원 갈 필요 없다'는디."
"그건 또 뭔 소리야."
"몸 아픈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잖여. 그 마음을 아는 거지."
범이는 계속 넘기다가 또 다른 걸 발견했다. 이번엔 낯선 사람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다정한 말투로 시작해서, 어느새 돈 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
"이건 뭐여, 사랑 고백이여?"
"외로운 사람한테는 이게 먹히는 거지."
범이가 잠깐 말이 없었다.
"돈 급한 사람한테는 돈 얘기, 아픈 사람한테는 나을 수 있다는 얘기, 외로운 사람한테는 사랑 얘기…"
"부모들한텐 자식 얘기도 있어. '자녀분한테 사고 났대요' 이런 것도."
"다 다른 얘기 같은디 결국 뭘 노리는 겨."
웅녀가 대답 대신 범이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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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이는 한참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다.
"근디 웅녀야. 사기꾼은 돈부터 보는 겨, 사람 맴부터 보는 겨?"
"글쎄."
"돈만 노리면 아무한테나 들이밀면 되잖여. 근디 이 사람은 아프고, 저 사람은 외롭고, 그 사람 사정을 다 알고 접근하잖어."
"그러네."
"그럼 진짜 노리는 건 돈이 아니라, 그 사람 맴 아녀?"
웅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디 그게 다 욕심 부려서 그런 거는 아니잖어."
"뭔 소리야."
"돈 급한 사람이 돈 얘기에 흔들리는 거, 아픈 사람이 낫는다는 말에 흔들리는 거… 그게 욕심이여? 그냥 살고 싶고, 낫고 싶고, 가족 지키고 싶은 거지."
웅녀가 잠깐 말이 없다가 대답했다.
"그러네. 평소 같으면 안 믿었을 말도, 그런 때는 믿고 싶어지지."
범이가 그 말을 곱씹더니 옛말을 하나 꺼냈다.
"옛말에 엎친 데 덮친다고 하잖여."
"그렇지."
"근디 사기는 좀 이상하네."
"뭐가?"
범이가 천천히 말했다.
"엎어져 있는 사람을 보고 찾아와서 덮는 거잖여."
정적이 흘렀다. 웅녀가 조용히 범이를 봤다.
"가만 생각해 보니께 말여. 속은 사람 욕심만 얘기할 게 아니네."
"왜?"
"남의 돈까지 쉽게 가지려는 사람이 더 욕심부린 거잖여. 넘어져 있는 사람 등 떠밀어서."
범이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돈 더 벌고 싶은 맴이야 작은 욕심이라 치면, 그걸 미끼로 더 큰 욕심이 낚시하는 거네유."
"근디 살고 싶은 맴, 낫고 싶은 맴, 가족 지키고 싶은 맴은… 그건 욕심이라 부르기도 뭐하네."
웅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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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범이는 뉴스에서 낯익은 얼굴을 봤다. 유명한 사람이 나와서 투자를 권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진짜가 아니었다.
"웅녀야, 이거 그 사람 맞아? 목소리도 똑같은디."
"요샌 그런 것도 만들 수 있대."
"AI가 사람 속인 거여?"
"아니지. 그걸로 속이려고 만든 사람이 있는 거지."
범이가 핸드폰을 내려놨다.
"그러네. 도구는 그냥 도구지."
"옛날에도 남의 목소리 흉내 내고, 가짜 편지 쓰고 그랬잖아. 지금은 그게 더 그럴듯해진 것뿐이야."
"근디 왜 더 잘 속을까?"
"더 진짜 같으니께. 근데 결국 노리는 맴은 똑같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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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범이와 웅녀는 평상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웅녀야."
"응."
"조금 늦게 가져도 괜찮고…"
"조금 덜 가져도 괜찮고."
"남의 것까지 내 거 만들려고 안 하면 되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우리 욕심을 쪼끔씩만 내려놓으면 말여… 세상도 쪼끔은 따뜻해지지 않겄어?"
"그랬으면 참 좋겄네."
바람이 조용히 지나갔다. 둘은 더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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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장 힘들 때는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 아닐까요.
그런 순간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손이, 정말 도와주려는 손인지 아닌지… 여러분은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