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이의 수다》
표값까지 엿장수 마음인 겨?
엿은 안 팔고, 표만 파는 이상한 엿장수 이야기
표값까지 엿장수 마음인 겨?
공연장 앞은 벌써 사람으로 넘쳤다. 아리랑을 새롭게 편곡한 무대가 입소문을 타면서, 예매창이 열리자마자 좌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범이도 소문을 듣고 부랴부랴 예매창을 열었다. 그런데 손가락이 화면을 몇 번 넘기기도 전에 매진이었다.
“아니 이게 뭔 일이랴…”
아마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허탈함을 안다. 며칠 전부터 시간을 맞춰 기다렸는데, 정작 내가 고를 수 있는 자리는 하나도 남지 않은 순간. 공연을 보고 싶어서 기다린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너무 느렸나’ 싶다가도, 금세 다른 곳에 웃돈이 붙은 표가 올라오면 마음이 묘해진다.
허탈하게 서 있던 범이 눈에 이상한 사람이 들어왔다. 유리와 조명으로 번쩍이는 현대식 공연장 앞에, 혼자 옛날 엿장수 차림을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커다란 가위를 철컹거리는데 정작 손에 들린 건 엿이 아니라 표 뭉치였다.
“아니, 공연장 앞에 웬 엿장수여?”
“엿도 팔고 표도 팝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엿판 위에는 엿 몇 가락뿐이고, 품속에서는 표가 계속 나왔다. 가격을 듣고 범이 입이 벌어졌다. 정가의 몇 배였다.
“왜 이렇게 비싸?”
“엿장수 마음이지.”
범이는 잠깐 표를 바라봤다. 보고 싶은 마음이 크면 몇 배를 주고서라도 사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 마음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 가격을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엿값은 엿장수 마음이라 쳐도,
표값까지 엿장수 마음인 겨?”
엿장수는 대답 대신 씩 웃으며 가위만 철컹거렸다. 범이는 화를 내기보다 궁금해졌다. 이 사람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많은 표를 손에 넣었을까.
“근디 이 많은 표를 워치케 다 구한 겨?
매크로 썼어?”
“난 기계 안 썼소. 내 손으로 샀소.”
“몇 장이나?”
엿장수가 자랑하듯 숫자를 댔다.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표를 손으로 확보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범이는 엿장수의 손가락을 한참 바라봤다.
“그 정도면 손가락이 사람이 아니라
매크로 아닌 겨?”
“안마기로 손가락 빨리 움직이는 사람 위에,
손가락도 필요 없는 사람이 있었네.”
공연을 꼭 보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빨리 눌러보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처음부터 표를 되팔 생각으로 사람의 손보다 빠른 프로그램까지 준비한다면, 그건 단순히 ‘손이 빠른 사람’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된다.
옆에서 표를 구하던 다른 관객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근데 가족 넷이서 같이 보려고 네 장 사는 것도 암표예요?”
범이는 이번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가족이 나란히 앉으려고 네 장을 산 것과, 처음부터 되팔 목적으로 구매 절차를 우회하거나 방해해 표를 확보한 것은 겉으로는 둘 다 ‘여러 장을 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유는 전혀 다르다.
“공연을 보려고 산 표하고,
표로 장사하려고 산 표가 같은 표이긴 한디…
같은 손님이라고 할 수 있는 겨?”
공연장 안에서는 사람들이 같은 무대를 기다리며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누군가는 아이와 함께, 누군가는 오랫동안 좋아한 가수를 보려고, 또 누군가는 멀리서 시간을 내 찾아왔을 것이다.
그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밖에서는 누군가 그 자리를 다시 돈으로 팔고 있었다. 아마 암표 문제가 오래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표 한 장은 그냥 종이나 화면 속 QR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오래 기다린 하루이기 때문이다.
그럼 법은 어디서부터 암표로 볼까?
2026년 8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연법은 이런 상황을 ‘부정구매’와 ‘부정판매’로 나눠 규율한다.
부정구매는 재판매를 목적으로 공정한 구매 절차를 우회하거나 방해해 표를 확보하는 행위다.
부정판매는 판매자의 동의 없이 상습 또는 영업으로 자신이 산 가격보다 비싸게 표를 판매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다.
공연 입장권은 공연법에서, 프로야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 경기 입장권은 국민체육진흥법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규율한다.
다만 표를 여러 장 샀다고 무조건 암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보려고 산 표까지 같은 취급을 하는 것은 법의 취지와도 다르다.
또 처음부터 되팔 생각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기죄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처음부터 공연을 볼 생각이 아니라 되팔려고 샀다면, 정상 관람객인 것처럼 표를 산 셈 아니냐는 의문은 남는다.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는지는 기망행위와 착오, 그에 따른 처분행위 등 별도의 요건을 따져야 한다.
해외에서도 고민은 비슷하다.
미국처럼 공식적인 2차 티켓 시장을 인정하는 곳도 있고, 행사에 따라 정가 재판매만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재판매를 모두 막을 것인가’보다, 정상적인 양도와 표를 쓸어 담아 웃돈을 붙이는 장사를 어디에서 나눌 것인가가 더 어려운 문제다.
엿장수는 여전히 가위를 철컹거리며 다음 손님을 찾고 있었다. 범이는 표 없이 돌아서면서도, 공연을 못 보게 된 아쉬움보다 한 가지 생각이 오래 남았다.
“나는 공연을 보려고 표를 찾는디,
누군가는 표를 팔려고 공연을 기다리는구먼.”
관련 법률 원문
공연법 제4조의2(입장권등의 부정구매 및 부정판매 금지 등)
① 누구든지 공연의 입장권ㆍ관람권 또는 할인권ㆍ교환권 등(이하 “입장권등”이라 한다)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부정구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에서 정보시스템의 보안조치를 기술적으로 우회하는 등 최초 판매자가 정한 공정한 구입 과정을 우회 또는 방해하여 재판매를 목적으로 최초 판매자로부터 입장권등을 구매하는 행위
2. 부정판매: 입장권등을 판매하거나 그 판매를 위탁받은 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자가 상습 또는 영업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넘는 금액으로 입장권등을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
국민체육진흥법 제6조의2(운동경기 입장권ㆍ관람권 등의 부정구매 및 부정판매 금지 등)
① 누구든지 운동경기의 입장권ㆍ관람권 또는 할인권ㆍ교환권 등(이하 “입장권등”이라 한다)에 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부정구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에서 정보시스템의 보안조치를 기술적으로 우회하는 등 최초 판매자가 정한 공정한 구입 과정을 우회 또는 방해하여 재판매를 목적으로 최초 판매자로부터 입장권등을 구매하는 행위
2. 부정판매: 입장권등을 판매하거나 그 판매를 위탁받은 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자가 상습 또는 영업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넘는 금액으로 입장권등을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
공연은 먼저 클릭한 사람이 보는 겨,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이 보는 겨?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못 가게 되어 표를 넘기는 사람과,
처음부터 되팔려고 표를 사는 사람.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양도이고
어디부터가 암표 장사라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