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나라에 노후곳간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규칙은 간단했다. 120달 동안 곡식을 채우면, 늙어서 매달 곡식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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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은 거의 10년 동안 달마다 곡식 한 자루씩을 들고 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달에 한 번은 곳간에 들렀다.
“이번 달까지 넣으면 이제 두 칸 남았구먼.”
그러던 어느 날, 장부에 딱 한 칸만 찍힌 사람이 찾아왔다.
관리가 장부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법에서 인정하는 지난 119달치가 있소. 그 곡식을 지금 한꺼번에 내면 채울 수 있소.”
그 사람은 실제로 119달치 곡식을 모두 냈다. 장부는 단숨에 120칸이 됐다.
범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깐만. 한 달 내고 120달을 채운 겨?”
관리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오. 지난 119달치도 다 냈소. 공짜로 채운 게 아니오.”
범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럼 공짜는 아니구먼.”
옆에서 듣고 있던 노인이 자기 장부를 한번 내려다봤다.
“나는 이걸 거의 10년 동안 한 달 한 달 들고 왔는디…… 그래도 묘한 기분은 드는구먼.”
새로 온 사람도 조금 난처해졌다.
“저도 안 내고 받은 건 아닙니다. 낼 수 있다고 해서, 저도 있는 돈 모아서 낸 것뿐이에요.”
범이는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그러네. 생각해보니 두 사람 다 잘못한 건 없구먼.”
잠시 후 범이는 두 장부를 나란히 놓아봤다.
하나는 오랜 세월 조금씩 채운 장부였다. 다른 하나는 짧게 시작했지만 지난 기간을 한꺼번에 메운 장부였다.
범이가 장부를 톡톡 두드렸다.
“근디 궁금한 건 남네. 둘 다 곡식은 냈는디, 우리가 굳이 120달이라는 문턱을 만들어 놓은 이유는 뭐였을까? 오래 조금씩 채우는 것하고, 나중에 한꺼번에 메우는 것을 어디까지 같다고 볼지는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겄어?”
나중에 한꺼번에 메운 것.
둘 다 같은 ‘10년의 문턱’이라고
볼 수 있을까?
곳간지기들도 장부를 들여다봤다.
실제로 납부해 온 기간과 나중에 채울 수 있는 기간을 어느 정도 연결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추납을 하더라도 일정 기간은 직접 가입해 납부하도록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누군가를 손가락질할 일은 아니었다.
범이가 장부를 덮으며 말했다.
나중에 한꺼번에 낸 사람 사정도 이해되네.
그러니까 사람끼리 따질 게 아니라,
둘 다 ‘그래, 이 정도면 납득되지’ 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게 먼저 아니겄어?”
공짜로 119개월을 인정받는 제도는 아니다
실제 국민연금의 추납도 과거 기간을 그냥 가입기간으로 넣어주는 제도는 아니다.
법에서 인정하는 추납 대상기간이 있어야 하고, 그 기간에 해당하는 보험료도 실제로 납부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보다 추납제도를 보자는 것이다
이번 논란의 계기가 된 사례가 외국인이었다고 해서 외국인이 연금을 받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한국인도 법에서 정한 추납 대상기간과 요건을 갖추면 추납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국적보다 10년이라는 수급 문턱과 최대 119개월까지 가능한 추납 구조가 서로 잘 맞도록 설계돼 있는가에 가까워진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실제 가입·납부기간과 추납 가능기간을 어느 정도 연결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니면 지금 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 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