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같이 읽기 · 포스코 불법파견 판결 6회
협력업체는 정말 독립된 회사였을까?
계약서보다 인력·설비·조직의 실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계약서 첫 장에는 협력업체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급여명세서에도 협력업체 이름이 찍혀 있습니다.
현장에는 협력업체 소장이 있고, 근무표도 따로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독립된 회사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작업 인원과 순서가 바뀌는 순간 최종 결정은 누가 내렸을까요? 장비가 멈췄을 때 누가 방법을 정했고, 비용과 실패의 책임은 누가 부담했을까요? 법원은 회사의 명패보다 이런 질문들을 따라갔습니다.
범이
협력업체 명의로 사람을 뽑고 월급을 줬으면 독립된 회사 아닌가?
웅녀
그것도 중요한 사실이지. 그런데 실제로 누가 사람을 배치하고 일을 바꿨는지도 봐야 해.
배우를 고용한 회사와 촬영장의 감독
협력업체가 배우를 뽑고 출연료를 지급했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촬영이 시작되자 다른 회사의 감독이 “여기서 멈춰라”, “이 순서로 움직여라”, “오늘은 이 장면부터 찍어라”라고 계속 지시한다면 어떨까요?
배우의 소속과 월급 지급자는 협력업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제 연기를 누가 지휘했는지는 별도의 질문입니다.
법원도 채용·승진·휴가·징계를 누가 처리했는지만 보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인원 배치와 작업 변경을 누가 결정했고, 협력업체 관리자가 자기 판단으로 조정할 수 있었는지를 함께 살폈습니다.
판결문 원문 읽기 — 인사·노무관리의 독립성
서울고등법원 2024나2034031 판결 중 협력업체의 인사·노무관리 권한을 살핀 부분입니다.
쉽게 풀면
법원은 협력업체가 채용, 승진, 해고, 휴가, 징계를 주관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만으로 근로자파견 여부를 쉽게 결론지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파견사업주도 원래 자기 소속 노동자를 채용하고 인사관리하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월급을 협력업체가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독립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의 출연료를 누가 줬는지와 촬영장에서 누가 연기를 지휘했는지는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범이
원청 설비를 쓰면 독립성이 없는 거야?
웅녀
꼭 그렇지는 않아. 큰 공장 안에서는 원청 설비를 쓸 수밖에 없는 일도 있잖아.
판결문 원문 읽기 — 설비와 기업조직의 독립성
쉽게 풀면
법원은 협력업체가 자체 설비를 일부 보유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아예 설비가 없었다고 말한 것이 아닙니다.
포스코가 공장 안 사무실과 작업 설비, 부대설비를 유상 또는 무상으로 제공한 사정도 함께 살폈습니다.
문제는 협력업체가 가진 자체 설비의 규모와 역할이었습니다. 그 설비만으로 포스코를 벗어나 독자적인 사업을 운영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 것입니다.
원청 설비를 사용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독립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자체 공구 몇 개가 있다고 독립성이 자동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닙니다.
같은 공동 주방을 쓰는 두 가게
두 가게가 같은 오븐과 조리대를 빌려 쓴다고 해도 운영 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한 가게가 자기 메뉴와 조리법을 정하고, 필요한 사람을 직접 배치하며, 재료비와 실패의 책임까지 부담한다면 독립적인 가게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건물 주인이 메뉴, 조리 순서, 필요한 인원, 장비 사용방법까지 정하고 가게가 그대로 따라야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법원은 설비의 명의보다 설비·기술·공간·인력·책임이 실제로 하나의 독립된 사업조직을 이루었는지를 살폈습니다.
독립성은 퍼즐 한 조각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독립성은 퍼즐과 같습니다.
월급 지급, 인력 배치, 현장 관리자, 설비, 기술, 비용과 위험 부담이 함께 맞아야 전체 그림이 보입니다.
법원은 한쪽 저울에 원청의 구체적인 지시와 생산조직 편입 정도를, 다른 쪽에는 협력업체의 독자적인 인력·설비·기술·책임을 올려놓고 전체 모습을 살폈습니다.
마르 핵심 정리
1. 협력업체라는 이름과 도급계약서만으로 실제 독립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2. 법원은 인력 관리, 현장 관리자, 설비, 기술, 비용과 책임을 누가 실제로 운영했는지 살폈습니다.
3. 독립성은 서류의 명칭보다 현장에서 누가 결정하고 책임졌는지를 통해 드러납니다.
오늘은 이 문장만 기억하세요
설비가 있다는 사실보다, 누가 실제로 운영하고 책임졌는지가 중요합니다.
다음 회 예고
7회 — 같은 현장인데 왜 설명은 달랐을까?
다음 회에서는 포스코 측의 도급 주장과 노동자 측의 파견 주장이 판결문 속에서 어떻게 부딪혔는지 살펴봅니다.
자료와 해설 안내
이 글은 서울고등법원 2024나2011540·2024나2034031 판결과 대법원 2026다201959·2026다201960 판결을 바탕으로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해설입니다.
판결문 인용은 게시 전에 공식 원문과 문장·띄어쓰기, 생략 범위를 최종 대조해야 합니다. 이 글은 모든 하청·2차 하청·사내협력업체에 같은 결론이 적용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참고자료: 서울고등법원 2024나2011540·2024나2034031 판결, 대법원 2026다201959·2026다201960 판결,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