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만물상
제7회 젓갈 냄새가 나는 바다

새벽 시장에 젓갈 냄새가 가득했다.
김장철이 한창이라, 오늘은 젓갈 장수들이 특히 바빴다. 골목 한쪽이 통째로 젓갈전이었다. 큰 고무 통마다 젓갈이 그득했다. 새우젓, 멸치젓, 황석어젓, 조기젓. 통마다 색이 달랐다. 분홍빛 새우젓, 거무스름한 멸치젓, 누런 황석어젓. 냄새도 다 달랐다. 비릿하고, 짭짤하고, 곰삭은 냄새. 그게 다 섞여서 골목을 채웠다.
진우는 그 골목을 걸었다.
젓갈 장수들이 저마다 손님을 불렀다. 국자로 젓갈을 퍼 보이며, 자기 젓갈이 최고라고 했다.
"새우젓 좋아요. 가을 새우라 살이 통통해."
"멸치젓 보고 가요. 이 년 묵은 거라 곰삭았어."
"황석어젓이 김장엔 최고여. 깊은 맛이 나."
서로 자기 거가 좋다고 했다. 그런데 싸우는 건 아니었다. 옆 가게 장수랑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으며 그랬다. 손님들도 이것저것 맛을 봤다. 젓갈전은 시끌벅적했다.
진우는 젓갈을 여러 종류 샀다.
새우젓 한 통, 멸치젓 한 통, 황석어젓도 조금. 어르신마다 찾는 게 달라서였다. 정 영감네는 새우젓을 썼다. 슴슴한 걸 좋아했다. 김 영감은 황석어젓을 고집했다. 깊은 맛이 나야 한다고. 또 누구네는 멸치젓을 찾았다. 한 마을인데도 집집마다 김치 맛이 달랐다. 진우는 그걸 다 알았다. 누구네는 뭘 쓰는지 머릿속에 다 들어 있었다. 그래서 골고루 실었다. 한 가지만 사 가면 누군가는 꼭 서운했다.
서아가 따라와 있었다. 며칠 전부터 진우 장 보는 걸 구경하는 게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서아가 젓갈 통들을 보며 코를 막았다.
"우웩. 냄새."
그러다 통마다 색이 다른 걸 봤다.
"근데 왜 이렇게 다 달라요? 다 젓갈인데."
진우가 젓갈 통을 가리켰다.
"새우로 담그면 새우젓, 멸치로 담그면 멸치젓. 잡히는 게 다르니까 달라."
"잡히는 게 왜 달라요?"
"바다가 다르니까. 사는 데가 다르면 잡히는 것도 달라."
서아가 잘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진우도 더 설명하지 않았다. 진우는 원래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대신 젓갈 장수가 끼어들었다.
전라도 말씨를 쓰는 장수였다.
"꼬마야, 김치는 젓갈이 생명이여."
장수가 황석어젓을 한 국자 퍼 보였다.
"우리 전라도는 젓갈을 듬뿍 넣어. 조기젓도 넣고, 병어젓도 넣고, 황석어젓도 넣고. 젓국을 자작하게 부어. 거기다 찹쌀풀 쑤어 넣고, 참기름도 한 방울 떨구지. 그래서 김치가 푹 익으면 곰삭으면서도 고소한 맛이 나. 감칠맛이 깊어. 그게 전라도 김치여."
옆 가게 장수가 그 말을 받았다. 경상도 말씨였다.
"전라도만 김치여? 우리 경상도는 멸치젓이지. 멸치젓을 팍팍 넣어야 김치가 칼칼하니 맛있어. 바다에서 멸치가 많이 잡히니까 멸치젓을 쓰는 거여. 우린 또 밀가루풀을 쑤어 넣어. 국수 삶은 물을 붓기도 하고. 그래야 양념이 배추에 착 달라붙어."
젓갈을 사던 손님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우린 그렇게 많이 안 넣어. 충청도는 새우젓이면 충분혀. 슴슴하게. 너무 짜면 못 먹어. 깔끔한 게 좋지."
또 다른 손님이 거들었다. 강원도 사람이었다.
"우리 강원도는 젓갈도 젓갈인데, 동치미가 겨울 밥상이여. 산골이라 옛날엔 젓갈이 귀했어. 그 대신 무가 흔했지. 무로 동치미를 담가서, 살얼음 낀 국물에 국수 말아 먹으면, 그게 겨울 별미여. 막국수가 그래서 나온 거여."
다들 자기 고장 김치 자랑을 했다. 전라도는 젓갈, 경상도는 멸치젓, 충청도는 슴슴하게, 강원도는 동치미. 그런데 누구도 남의 김치가 틀렸다고 안 했다. 서로 자기 거가 좋다면서도, 웃으며 그랬다. 자기 김치가 맞고 남의 김치가 틀린 게 아니었다. 그냥 다른 거였다.
서아가 그 사람들을 봤다. 다 다른 김치를 먹는데, 다 같이 웃고 있었다.

연화마을에 도착했다.
진우가 천막을 걷고 물건을 펴는데, 어르신들이 평상에 모였다. 젓갈을 여러 종류 사 가려고 나온 거였다. 진우가 젓갈 통들을 평상 옆에 늘어놨다. 새우젓, 멸치젓. 어르신들이 그걸 보며 이것저것 물었다.

진우가 젓갈을 덜어 주다가 물었다.
"근데 김치는 왜 지역마다 달라요? 다 똑같이 배추로 담그는데."
정 영감이 웃었다.
"사는 데가 다르니까 그렇지."
박 할머니가 새우젓을 한 통 받으며 거들었다.
"바다가 가까우면 젓갈이 흔해. 그러니까 젓갈을 많이 넣지. 전라도, 경상도가 다 바닷가 아녀. 그래서 젓갈 김치여."
최병수가 무릎을 짚으며 말했다.
"산이 많은 데는 젓갈이 귀했어. 그 대신 무가 흔했지. 그러니까 동치미를 담근 거여. 있는 걸로 담그는 거지. 강원도가 그래."
정 영감이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있는 거로 담그니까 다 다른 거여. 바닷가는 바닷가대로, 산골은 산골대로. 환경이 다르면 김치도 다른 거지."
정 영감이 잠깐 진우를 봤다.
"사람도 그렇잖여."
진우가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씀이에요?"
정 영감이 차를 내려놨다.
"사는 데가 다르면 생각도 달라지는 겨. 바닷가 사람하고 산골 사람하고 사는 게 다르잖여. 먹는 것도 다르고, 말도 다르고. 그러니 생각도 다른 거여. 그게 당연한 거지. 사람이 다 똑같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여."
평상이 잠깐 조용해졌다. 어르신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 영감이 먼 산을 봤다.
해가 중천을 넘어가고 있었다. 정 영감이 잠깐 말이 없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옛날 공자라는 양반이 그랬다더라. 어울리되, 똑같아지지는 말라고."
정 영감은 그 말을 길게 풀지 않았다. 그냥 짧게 말했다. 그러고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같아지는 게 좋은 게 아니여. 다 똑같은 김치만 있으면 무슨 재미여. 전라도 김치도 있고, 경상도 김치도 있고, 강원도 동치미도 있고. 다 다르니까 좋은 거지. 사람도 그려. 다 같은 생각만 하면 그게 무서운 거여."
정 영감이 젓갈 통들을 한 번 봤다.
"근디 다른 게 모여서 같이 사는 게 어려운 거여. 다른 걸 틀렸다고 하면 싸움이 나. 다른 걸 다르다고 인정하고, 그래도 같이 어울리는 게 진짜 어려운 거지. 김치 장수들 봐. 서로 자기 거가 좋다면서도 안 싸우잖여. 그게 잘 사는 거여."
정 영감은 그 말을 하고 더 안 늘렸다. 입맛을 다시고 차를 마셨다. 진우는 그 말을 들으며 젓갈을 덜었다. 손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박 할머니가 멸치젓 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여. 나도 여기 토박이 아니여. 바닷가서 시집왔어. 처음 왔을 땐 이 산골 김치가 너무 슴슴해서 입에 안 맞았어. 우리 친정은 젓갈을 듬뿍 넣었거든. 그 맛에 길들여졌으니, 여기 김치가 영 밍밍하더라고."
박 할머니가 멸치젓을 한 번 저었다.
"근디 살다 보니 여기 맛에도 정이 들더라고. 산골 김치는 또 산골대로 깔끔한 맛이 있어. 이제는 두 가지 다 좋아. 친정 맛도 좋고, 여기 맛도 좋고."
정 영감이 웃었다.
"그렇게 섞이는 거여. 딴 데서 온 사람이 와서 같이 살면, 김치 맛도 섞이고 사람도 섞이는 거지. 그러면서 마을이 되는 거여."
어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어디선가 흘러와 이 마을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었다.
서윤이와 서아가 평상으로 왔다.
진우가 젓갈을 덜다가, 두 아이한테 김치를 한 점씩 줬다. 마을 누가 담근 김치를 얻어 둔 거였다. 서아가 김치를 받아 입에 넣었다. 그러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매워! 우웩."
서아가 혀를 내밀고 손부채질을 했다. 서윤이가 그걸 보고 웃었다.
"이게 왜 매워? 하나도 안 매운데."
서윤이가 김치를 받아 우적우적 먹었다. 잘도 먹었다.
"난 매운 게 좋아. 더 매워도 먹어."
"난 매운 거 못 먹어. 우리 집은 안 맵게 먹어."
서아가 물을 찾았다. 진우가 물을 한 컵 줬다. 서아가 벌컥벌컥 마셨다.
그러자 서윤이가 주머니를 뒤졌다. 사탕을 하나 꺼냈다. 아까 진우한테 받은 거였다.
"이거 먹어. 단 거 먹으면 매운 거 가셔."
서윤이가 서아한테 사탕을 내밀었다. 서아가 받아서 입에 넣었다. 매운 게 좀 가시는 모양이었다. 서아가 그제야 웃었다.
"고마워."
"매운 거 못 먹으면 다음엔 미리 말해. 내가 안 매운 걸로 골라 줄게. 우리 집 김치는 안 매워. 우리 엄마도 매운 거 못 먹거든."
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윤이는 매운 걸 잘 먹으면서도, 못 먹는 서아를 챙겼다. 자기랑 다르다고 놀리지 않았다. 다르면 다른 대로 맞춰 주는 거였다. 아이가 어른보다 그걸 더 잘 알 때가 있었다.
서윤이는 그 옆에서 김치를 또 집어먹었다. 똑같은 김치인데, 한 아이는 맵다고 물을 마시고, 한 아이는 맛있다고 또 먹었다. 그래도 둘은 사탕을 나눠 먹는 친구였다.

박 할머니가 그걸 보고 웃었다.
"김치도 사람도 입맛이 다 다른 겨. 매운 거 좋아하는 사람 있고, 슴슴한 거 좋아하는 사람 있고. 다 다른 거여. 누가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서아랑 서윤이가 서로를 봤다. 입맛이 다른 둘이었다. 그래도 둘은 친구였다. 매운 걸 못 먹는 아이랑, 매운 걸 좋아하는 아이가, 같이 평상에 앉아 있었다.
해가 기울었다. 진우가 떠날 채비를 했다.
어르신들이 젓갈을 사 갔다. 새우젓, 멸치젓. 다들 자기가 담글 김치에 맞는 걸로 골랐다. 박 할머니는 멸치젓을 골랐다. 아까 평상에서 말한 대로, 친정 바닷가 식이었다.
진우는 멸치젓을 한 통 더 챙겨 줬다. 덤이었다. 박 할머니는 평생 산골에 살면서도, 친정 바닷가의 멸치젓 맛을 담갔다. 진우는 그게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았다. 떠나온 곳을 김치 한 포기에 담아 두는 거였다. 입맛이라는 건 그렇게 끈질긴 거였다. 몸이 어려서 먹던 맛을 기억하는 거였다.
진우는 물건을 정리했다. 배추는 어르신들이 길렀고, 진우는 젓갈과 고춧가루와 소금을 가져왔다. 그게 다 모여서 김치가 될 거였다. 안 팔린 것들을 짐칸에 싣고, 천막을 접었다.
진우가 운전석에 올랐다.
열쇠를 돌렸다. 크르릉. 안 걸렸다. 또 돌렸다. 크르릉. 세 번째에 걸렸다. 엔진이 한참 떨었다. 진우는 핸들을 잡고 그 떨림을 느꼈다.
희망호가 느티나무 아래를 빠져나왔다. 산길로 들어섰다.
오르막에서 엔진이 또 드르륵거렸다.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니, 또 푹 들어갔다. 차가 한 박자 늦게 섰다. 진우는 두 번 나눠 밟았다. 한 발은 늘 브레이크 위에 있었다.
진우가 혼잣말을 했다.
"이번 김장 끝나면, 꼭 고치자."
전처럼 미루는 말이 아니었다. 날을 정한 말이었다. 김장철엔 어르신들이 진우를 기다리니까, 김장 끝날 때까지만. 그다음엔 꼭. 진우는 그렇게 정했다. 그런데 그 김장이 끝나려면 아직 며칠이 남았다. 그 며칠 동안 진우는 이 차로 산을 넘어야 했다. 브레이크가 밀리는 차로.
진우는 핸들을 꼭 잡았다. 노을이 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진우가 떠난 뒤, 마을은 조용해졌다.
어르신들도 다 집으로 돌아갔다. 정 영감만 평상에 남아 있었다. 노을을 보고 있었다. 산이 붉게 타다가, 천천히 어둑해졌다. 젓갈 냄새가 평상에 옅게 남아 있었다. 진우가 늘어놨던 젓갈 통 자리에.
정 영감이 노을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김치는 맛이 달라도 김치고……."
정 영감이 잠깐 말을 멈췄다.
"사람은 생각이 달라도 사람인 겨."
바람이 한 번 불었다. 느티나무 잎이 흔들렸다. 정 영감은 한참 더 평상에 앉아 있었다. 노을이 다 질 때까지.
연화마을에는 여러 사람이 살았다. 전라도서 시집온 사람, 경상도서 온 사람, 평생 이 산골에 산 사람. 입맛도 다르고, 말씨도 다르고, 살아온 데도 달랐다. 매운 걸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못 먹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데 다들 한 평상에 모여 앉았다.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한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며칠 뒤면 김장날이었다. 그날이 오면, 이 다른 사람들이 다 모여서 같이 배추를 절일 거였다. 서로 다른 손맛으로, 한 마을의 겨울을 담글 거였다.
다른 맛이 모여 한 상을 이루듯,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한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다른 맛이 모여 한 상을 이루듯,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한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