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녀의 정보통》
변호사가 선정되면,
내 사정도 자동 전송될까요?
유상운송 사고 뒤 보험처리가 막히고, 국선변호인 선정 통지서를 받은 경험
자가용으로 사람을 태워 주고 돈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러다 운행 중 사고가 났다.
사고가 나면 보험회사에 연락하고 처리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유상운송 문제로 보험처리가 되지 않았다. 사고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보험 문제까지 겹쳤고, 결국 벌금형 재판으로 이어졌다.
재판을 혼자 준비하려니 막막했다. 무엇부터 말해야 하는지, 어떤 자료를 챙겨야 하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변호사를 직접 선임하기에는 비용도 부담됐다.
형사재판이라고 해서 모든 사건에 반드시 변호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피고인이 변호인 없이 직접 재판을 받는 경우도 있다. 다만 법에서 변호인이 꼭 필요하다고 정한 사건도 있고, 변호사를 직접 선임하기 어려운 피고인이 신청해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내 경우에는 혼자 재판을 준비하기 어렵고 비용도 부담돼 국선변호인 선정을 신청했다.
그런데 신청서를 내고 나니 범이의 머릿속에는 곧바로 보이지 않는 완료 화면이 떴다.
사건 설명 완료.
사정 전달 완료.
재판 준비 완료.
실제로 끝난 것은 신청서 접수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범이의 마음속 법원은 벌써 야근까지 마치고 퇴근한 뒤였다.
웅녀
아직 신청만 한 것 아니야?
범이
요즘은 신청하면 알아서 연결되잖아.
며칠 뒤 선정 통지서가 왔다. 봉투 안에는 변호인의 이름이 적힌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그때는 그 종이가 참 든든해 보였다.
이제 내 사건을 함께 살펴볼 사람이 정해졌고, 내 사정도 어느 정도 전달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변호인의 이름이 정해진 것과, 내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이해한 것은 같은 일이 아니었다.
범이는 통지서를 앞뒤로 살펴봤다. 이름과 연락처는 있었지만 상담으로 바로 연결되는 QR코드는 없었다. 혹시 종이를 두 번 누르면 다음 화면으로 넘어갈까 싶어 손가락으로 꾹 눌러 보기도 했다.
범이
내 사정이 제대로 넘어갔는지 확인하는 중이야.
웅녀
변호인 이름이 정해졌다는 뜻이지, 네 마음까지 첨부됐다는 뜻은 아니야.
범이는 조금 실망했지만 곧 노트를 폈다. 변호인에게 말할 ‘핵심 다섯 가지’를 정리하기로 했다. 첫 번째 항목을 쓰자 두 번째 설명이 필요했고, 두 번째를 쓰자 그 전에 있었던 일도 빠질 수 없었다.
삼십 분 뒤, 핵심은 서른여덟 가지가 됐다.
웅녀
핵심이 왜 서른여덟 개야?
범이
하나라도 빼면 핵심이 덜 핵심 같잖아.
범이는 다시 줄이기로 했다. 이번에는 제목부터 힘을 줬다. ‘3분 만에 끝내는 내 사건 설명.’ 그런데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는 데만 두 시간이 필요했다. 본론은 아직 출발도 못 했다.
이 말은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기자는 뜻이 아니다. 복잡한 재판을 처음 겪는 사람에게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선정 뒤에도 당사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필요한 내용을 함께 정리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국선변호인은 혼자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제도다. 다만 통지서 한 장이 모든 일을 대신해 주는 자동해결 버튼은 아니다. 이름이 연결된 다음에는 사람과 사람이 실제로 만나고, 듣고,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범이
그럼 내 마음은 직접 가져가야 해?
웅녀
그래. 이번에는 자동배송 안 돼.
선정은 시작이고, 도움은 소통에서 완성됩니다.